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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심장』 1부 3장 「불의 언어」 본문

창작/시간의 심장

『시간의 심장』 1부 3장 「불의 언어」

drawhan 2025. 6. 24. 13:08

밤하늘 아래, 세리온은 낡은 고서들을 펼쳤다. 고대 언어로 가득 찬 글자들은 마치 불꽃처럼 빛났고, 그것들은 단순한 문자가 아닌 ‘불의 언어’였다. 이 언어는 선구자들의 고통과 희망, 그리고 절대자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불의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정과 기억, 시간을 담아내는 매체였다. 고대 신전의 사제들이 신들과 소통할 때 사용했고, 그 안에 깃든 힘은 절대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채널 역할을 했다.

 

세리온은 점점 더 깊은 정신의 틈으로 빠져들었다. 불의 언어가 그의 의식에 파고들며, 과거의 선구자들이 남긴 고뇌와 열정을 그대로 느끼게 했다. 그들은 모두 고통 속에서 진실을 쫓았으며, 자신들의 기억을 불의 언어로 남겼다.

 

그러나 불의 언어를 해독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것은 한 편으로는 위안이었지만, 동시에 영혼을 태우는 듯한 고통이었다. 세리온은 자신이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선구자들의 집합체와 연결된 존재임을 자각했다.

 

그는 고대의 전설과 신화 속 인물들이 실제로 선구자였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프로메테우스, 불을 인간에게 전해준 신화 속 인물도, 사실은 불의 언어를 사용해 절대자와 맞섰던 최초의 선구자였다.

 

불의 언어는 그들에게 희망이었지만, 동시에 형벌이었다. 그것을 사용하는 자들은 정신적으로 고립되고, 때로는 미쳐버리기도 했다. 고통과 열망이 뒤섞인 언어는 ‘시간의 심장’을 여는 열쇠였으나, 그 대가로 영혼의 파편이 부서졌다.

 

세리온은 그 무게를 온몸으로 느꼈다. 불의 언어를 해독할 때마다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고통과 사랑이 교차했다. 그리고 그가 가장 두려워했던 순간, 불의 언어가 그를 절대자의 의지와 연결시켰다.

 

절대자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냉혹했다. 그것은 그가 원하지 않아도 그의 정신 속에 들어왔고, 그의 결정을 흔들었다. “너는 나를 받아들이거나, 고통 속에 남거나.” 그 선택지는 무거웠다.

 

세리온은 고뇌했다. 과연 진실을 알 권리가 있는가? 아니면 무지 속에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가? 그러나 그의 마음속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그는 ‘시간의 심장’을 열고, 인류의 운명을 바꾸려는 운명에 스스로를 맡겼다.

그 순간, 세리온은 불의 언어를 통해 한 장면을 보았다. 한 여인이 불꽃 속에서 아이를 품고 있었다. 그녀는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 모습은 그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가 되었다.

 

불의 언어는 그에게 선물이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선구자들과 연결되는 다리였다. 그러나 그 다리를 건널 때마다 세리온은 자신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오히려 ‘시간의 심장’ 안에서 한 조각으로 남는다는 공포와 마주했다.

 

불의 언어를 익히는 동안, 세리온은 자신이 점점 ‘채널’ 그 자체가 되어감을 깨달았다. 그의 몸과 정신은 한계에 다다랐고, 그를 돕던 장영실의 고대 기계들도 점점 한계를 보였다.

 

“너는 끝까지 견뎌야 한다.” 장영실의 목소리가 정신 속에서 들려왔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운명이다.”

 

세리온은 고통을 삼키며 불의 언어를 완성했다. 그것은 단지 문자나 소리가 아니라, 시간과 고통, 사랑이 담긴 ‘영혼의 언어’였다. 그가 채널을 열 때마다 선구자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 모두가 겪은 혼란과 절망, 그리고 희망이 한데 엉켜 세리온을 짓눌렀다. 그는 고통 속에서 진실과 맞섰다. 그리고 그 고통은 곧 ‘시간의 심장’이 울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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