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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심장』 1부 6장 「빛을 새긴 자, 세종과 장영실」 본문

창작/시간의 심장

『시간의 심장』 1부 6장 「빛을 새긴 자, 세종과 장영실」

drawhan 2025. 6. 24. 13:12

조선의 왕궁, 경복궁의 침전. 세종대왕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맑고 고요했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알 수 없는 파동이 요동치고 있었다. 머릿속에 스며든 낯선 ‘목소리’는 처음에는 소음처럼 들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해졌다. 그것은 그가 원하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계속 울렸다. 그는 그것을 ‘절대자의 목소리’라 불렀다.

“너는 시간을 다스릴 자다.”

 

그 음성은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다가왔다. 마치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세종은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시간을 다스린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다.
조선의 백성들이 하루를 정확히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현실. 농사, 천문, 문서와 소통을 모두 정밀한 시간과 문자에 의존해야 했기에 그의 고민은 심각했다.

 

“이 목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나인가, 아니면 그 무엇인가.”

 

그는 내면에서 스스로 묻고, 그 답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목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단지 ‘생각’ 이상의 것이 됐다.

그와 함께 이 길을 걷는 자가 있었다. 장영실, 천재적인 발명가이자 왕의 신임을 받는 조력자. 그의 손끝에서는 기묘한 장치들이 만들어졌다. 금속과 나무, 유리와 물이 하나되어 시간을 기록하고자 했다.

 

“전하, 해시계 ‘앙부일구’를 완성했습니다. 태양의 위치를 따라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장영실은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자신이 만든 기계처럼 반짝였다.

 

“좋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낮 시간만이 아니라, 밤의 시간도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 그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

 

세종의 목소리에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장영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시계 ‘자격루’를 완성했습니다. 물의 흐름을 통해 낮과 밤, 심지어 계절의 변화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하, 시간이란 물리적 측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절대자의 목소리는 다시 세종에게 다가왔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새겨지고, 기록되며, 마음의 파동 속에 담긴다.”

 

그 말은 세종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는 오랫동안 문자 체계의 필요성을 느껴왔다. 백성들이 쉽게 익히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히 기록할 수 있는 문자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그는 직접 한글 창제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문자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주파수이며, 영혼의 언어다.”
세종은 자문들에게 말했다.

 

“훈민정음은 그저 글자가 아니라,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시간의 문’이다.”
장영실도 세종의 뜻을 이해하고, 한글과 함께 사용할 기계 제작에 몰두했다.

 

그들은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에서도 ‘절대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고통과 사랑, 진실과 희망을 담은 언어였다. 문자 하나하나가 선구자들의 감정과 기억을 담는 그릇이 되었다.

 

하지만 그 길은 순탄치 않았다. 신하들과 보수적인 학자들은 훈민정음을 반대했고, 기술 혁신도 위태로웠다. 장영실은 물시계 ‘자격루’와 해시계 ‘앙부일구’ 제작 과정에서 수차례 실패와 위기를 겪었다.

 

“내 몸이 부서져도, 시간을 기록하고 마음을 새길 도구를 만들 것이다.”

 

장영실은 밤을 지새우며 기계 부품을 조립했다. 그의 손끝은 이미 물집과 상처투성이였다.

세종은 병약한 몸으로도 훈민정음 해례본을 집필하며, 절대자의 목소리에 의지해 글자 하나하나를 새겼다. 그의 마음은 깊은 고뇌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밤중, 세종은 문득 자신의 정신 안에서 또 다른 존재를 느꼈다. 그것은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의 기억들이 뒤엉킨 ‘시간의 심장’이었다.

 

“너는 시간의 심장을 품었다.”

 

절대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그는 그 심장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알았다. 그리고 그 심장을 향해, 장영실과 함께 발걸음을 내디뎠다.

 

세종과 장영실, 두 사람은 시간의 파동 속에서 고뇌하고, 사랑하고, 투쟁했다. 그들의 모든 발명과 글자 하나하나가 미래로 흐르는 메시지였다.

 

그들은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었다. ‘시간의 심장’을 이어주는 채널의 중심이었다. 그리고 그 채널은 후대 선구자들에게도 이어질 것이었다.

 

세종은 훈민정음 완성 후에도, 장영실과 함께 하늘을 관측하고, 물시계를 정비하며 끊임없이 시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그 순간마다 절대자의 목소리는 함께 했고, 때로는 그의 정신을 시험했다.

 

“너의 시간은 너만의 것이 아니다. 고통과 기억, 희망을 품어라. 그것이 너의 사명이다.”

 

세종은 가슴 깊이 그 말을 새기며, 한글 창제와 과학적 발명에 더 깊이 몰두했다.

 

그들의 여정은 고통과 희망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빛은, 수백 년을 뛰어넘어 세리온과 다른 선구자들에게 전해졌다.

그렇게 ‘시간의 심장’은 또 하나의 빛을 얻었다. 빛을 새긴 자, 세종과 장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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