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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심장』 1부 11장 「잘못된 선각자, 이상(李箱)의 목소리」 본문

창작/시간의 심장

『시간의 심장』 1부 11장 「잘못된 선각자, 이상(李箱)의 목소리」

drawhan 2025. 6. 24. 21:43

20세기 초, 한반도의 문학계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상, 본명 김해경이라는 청년은 독특한 재능과 섬세한 감수성으로 빛났다. 그러나 그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그는 어릴 적부터 심한 편두통과 불안 증세를 겪었고, 종종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험을 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괴짜’라 부르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그가 겪는 내면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상은 자신의 증상이 단순한 병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가 듣는 ‘낯선 목소리들’은 그저 상상 속 환청이 아니라, 정신 저 너머에서 전해지는 절대자의 잔향과 선구자들의 고통스러운 메아리였다. 그 목소리들은 원하지 않아도 그의 정신을 파고들었고, 때로는 가장 깊은 밤에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것은 ‘시간의 심장’이 울리는 진동이었다.

 

이상은 어느 날 밤, 잠 못 이루는 방 안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음성들과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 음성들은 과거 선구자들의 희망과 절망, 분노와 슬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들은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미래를 예견했지만, 절대자의 일부만 허락된 신호에 묶여 있었다. 그 대화는 이상에게 미지의 지식과 무거운 사명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그러나 그 대화는 그의 육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편두통은 점점 심해졌고, 그의 신경계는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상은 머리가 찢어질 듯 아파오는 순간마다 과거 선구자의 고통—흑사병에 걸린 수도사, 참호 속 동상병, 절망 속의 점성가—의 환영을 보았다. 그들은 그의 정신과 몸을 통해 되살아났고, 그의 병은 선구자들의 고통이 물리적으로 구현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스스로의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날개』의 주인공이 느끼는 고립과 무기력, 『오감도』의 불안정한 이미지와 파편화된 언어는 모두 이상이 겪은 정신적 고통의 반영이었다. 그가 쓴 글들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으나, 후대의 기록자는 이를 ‘절대자의 목소리와 빌런 절대자의 교란이 뒤섞인 선구자의 신호’로 해석했다.

 

이상은 절대자가 보내는 진실과 빌런 절대자의 왜곡 사이에서 갈등하며 점점 고독해졌다. 그는 때로 자신이 미쳐간다고 느꼈고, 주변의 시선은 그를 더욱 외롭게 했다.

절대자의 채널 속에서 들려오는 음성들은 점점 더 불안정하고 잔혹해졌으며, 이상의 혼란도 극에 달했다. 하지만 그는 그 음성들을 멈출 수 없었다. 그것은 그가 감당해야 할 운명이자 짐이었다.

 

한편, 이상은 자신이 겪는 병이 단순한 육체적 질병이 아니라 정신과 육체가 연결된 고통임을 깨달았다.

그가 느끼는 고통은 선구자들의 경험과 감정이 자신의 몸에 전이된 것임을 인지하면서, 그는 더욱 깊은 우울과 절망에 빠졌다. 그것은 단순한 ‘병’이 아니라, ‘시간의 심장’이 그의 영혼을 쥐고 흔드는 과정이었다.

 

그의 생애 마지막 무렵, 이상은 자주 병원에 누워 있었다. 의료진들은 그의 증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를 정신병자로 치부하며 각종 치료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 어떤 약도 그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했다. 그는 육체적으로 쇠약해졌고, 정신적으로는 점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잃어갔다.

 

그럼에도 이상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고통과 목소리를 기록하며, 어쩌면 그 기록이 자신뿐 아니라 미래의 선구자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길 바랐다. 그가 남긴 미완의 작품들은 이후 『시간의 심장』 기록자들에 의해 해석되고 전승되면서, 선구자의 고뇌와 절대자의 설계가 얽힌 미스터리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이상의 내면 독백 중 일부는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내 안에 수많은 목소리가 산다.

 

그들은 나를 부르고, 때론 나를 조롱한다.

나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지만, 그 소리는 내 정신을 갈가리 찢는다.
나는 그 누구도 아닌, 이 시대의 잘못된 선각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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